AI 기능, 얼마에 팔아야 할까?
쓸 때마다 원가가 드는 AI 기능, 정액제 대신 크레딧·성과 기반으로 값 매기는 법.
AI 기능을 붙이는 일은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API 키 하나면 요약, 상담 응대, 문서 생성이 제품에 들어갑니다.
정작 어려운 건 그다음입니다. "이 기능, 얼마에 팔지?" 기존 소프트웨어는 한 번 만들어 두면 사용자가 늘어도 복사 비용이 거의 0이었습니다.
하지만 AI 기능은 사용자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실제 돈이 나갑니다.
월 정액 요금제를 걸어 두고 몇 달 뒤 마진이 녹아내린 걸 발견하는 팀이 늘어난 이유입니다.
왜 '월 정액'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졌나?
AI 제품은 사용자 간 사용량 편차가 극단적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요금을 낸 두 고객의 원가가 수십 배 차이 나는 일이 흔합니다.
정액제는 이 편차를 흡수하지 못합니다.
- 한계비용이 0이 아니다 — 호출 한 번마다 토큰 비용이 발생합니다.
사용자가 늘수록 서버비가 아니라 '원자재비'가 늘어납니다. - 헤비 유저가 마진을 다 먹는다 — 전체의 소수가 전체 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가 자주 나타납니다.
이들을 막을 장치가 없으면 성장할수록 손해가 커집니다. - 에이전트화로 요청당 호출 수가 늘었다 — 예전엔 질문 1번에 응답 1번이었지만, 지금은 한 번의 요청이 검색·도구 호출·재시도까지 수십 번의 모델 호출로 이어집니다.
- 원가가 계속 움직인다 — 모델을 바꾸면 원가 구조가 통째로 바뀝니다.
가격표가 원가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과금 모델을 골라야 할까?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조합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무난한 형태는 기본요금 + 사용량의 하이브리드입니다.
기본요금으로 예측 가능한 매출을 확보하고, 사용량으로 원가 리스크를 방어하는 구조입니다.
- 시트(정액)형 — 사용량이 사람 수에 비례하고 편차가 작은 도구에 맞습니다.
예측이 쉽지만 헤비 유저 방어가 안 됩니다. - 사용량·크레딧형 — Zapier는 작업(태스크) 수로, Cursor나 Replit 같은 개발 도구는 크레딧·사용량 기준으로 과금합니다.
OpenAI와 Anthropic의 API 자체가 토큰 단위 종량제입니다. - 성과 기반형 — Intercom의 AI 상담 에이전트 Fin은 '해결된 문의 건'을 기준으로 과금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가치가 가장 명확하지만, '성공'의 정의를 서로 합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 하이브리드 — 월 기본요금에 크레딧을 포함하고, 초과분은 추가 구매. 대부분의 1인 빌더·소규모 SaaS에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가격을 정하기 전에 무엇부터 계산해야 하나?
가격이 아니라 원가의 '단위'부터 정의해야 합니다.
"우리 서비스에서 돈이 나가는 최소 행동 1회는 무엇인가"를 정하고, 그 1회의 실제 비용을 로그로 측정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 과금 단위 정하기 — 계약서 1건 검토, 상담 1건 처리, 영상 1편 생성처럼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단위여야 합니다.
'토큰'은 고객 언어가 아닙니다. - 단위당 실원가 측정 — 실제 요청 100건의 입력·출력 토큰과 재시도까지 포함해 평균을 냅니다.
최악의 케이스(가장 긴 문서)도 같이 기록하세요. - 마진 가드레일 설정 — 단위당 원가에 배수를 곱해 판매가를 잡되, 최악 케이스에서도 적자가 나지 않는 선을 하한으로 둡니다.
- 상한과 초과 정책 — 무제한은 쓰지 마세요.
포함 크레딧을 정하고, 초과 시 자동 차감 또는 알림 후 중단 중 하나를 명확히 안내합니다. - 무료 체험 한도 — 무료는 '기간'이 아니라 '횟수'로 끊는 편이 안전합니다.
30일 무제한보다 10건 무료가 원가 예측에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 검토 도구를 만든다고 가정해 봅시다.
검토 1건에 긴 문서 요약과 조항 비교로 여러 번 모델을 호출하고, 로그를 보니 평균 원가가 건당 300원, 가장 긴 계약서는 1,200원이 나왔다고 하죠.
그렇다면 '건당 1,000원' 같은 단순 가격은 위험합니다.
대신 월 기본요금 + 20건 포함 + 초과 건당 요금으로 설계하면, 평균 사용자에게는 정액처럼 느껴지면서 헤비 유저 리스크는 막을 수 있습니다.
흔히 밟는 지뢰 세 가지
- 불투명한 크레딧 — "이 작업에 크레딧이 몇 개 드는지" 미리 보이지 않으면 사용자는 겁이 나서 안 씁니다.
실행 전 예상 소모량을 보여 주세요. - 실패에도 과금 — 결과가 엉망인데 크레딧이 깎이면 환불 요청과 이탈로 이어집니다.
실패 시 자동 반환 규칙을 명시하세요. - 원가만 보고 정한 가격 — 원가는 하한선일 뿐입니다.
상한선은 고객이 그 일을 사람에게 맡겼을 때 드는 시간과 비용입니다.
AI 가격 설계의 핵심은 결국 하나입니다. 고객이 이해하는 단위로 팔되, 원가가 움직여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 오늘 당장 할 일은 가격표 수정이 아니라, 우리 서비스의 '행동 1회' 원가를 로그로 남기는 일부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