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회사가 우리 업종에 직접 들어오면?
업종 전용 AI가 쏟아지는 지금, 작은 팀이 붙잡아야 할 마지막 20%는 무엇일까
이번 주 AI 소식 중 작은 팀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건 새 모델이 아니라 '업종'입니다.
OpenAI가 금융 서비스 전용 ChatGPT를 내놓으며 월가 주니어 뱅커가 하던 일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공개 시연에서는 인수합병 후보를 분석하고 업계 표준 데이터에서 수치를 끌어와 자료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고, 회사 측은 금융 외 여러 산업을 겨냥한 맞춤 제품도 내놓겠다고 예고했습니다.
7월에 나온 ChatGPT Work가 문서 작성과 반복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에이전트였다면, 이번 흐름은 그 위에 특정 직무의 일하는 방식을 통째로 얹는 단계입니다.
9월 업데이트에서 Deep Research가 Work와 Codex로 확대되고 Box·Dropbox·SharePoint의 파일을 다시 올리지 않고 인용할 수 있게 된 것도 같은 방향입니다.
범용 도구가 '답변'이 아니라 '제출 가능한 결과물'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뜻이죠.
왜 하필 지금 업종 전용 AI가 쏟아질까?
돈이 그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OpenAI 최고재무책임자 사라 프라이어는 8월 투자자들에게 기업 부문 매출이 소비자 부문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범용 채팅 성능이 평평해질수록 다음 성장은 슬라이드, 재무 모델, 보고서처럼 특정 직무의 산출물을 대신 만들어 주는 쪽에서 나옵니다.
작은 팀에게 이 신호는 두 갈래로 읽힙니다.
하나, '프롬프트를 잘 짜서 문서를 만들어 준다'가 우리 제품의 핵심이었다면 그 층은 곧 기본 기능에 흡수됩니다.
둘, 반대로 우리가 특정 업종의 지저분한 현실 — 서식, 규제, 결재선, 데이터가 흩어져 있는 위치 — 을 알고 있다면 그건 여전히 남의 로드맵에 없는 영역입니다.
대형 업체가 우리 업종에 들어오면 뭐가 남을까?
빅테크가 가져가는 건 '범용 80%'이고, 고객이 실제로 돈을 내는 건 '마지막 20%'입니다.
그리고 이 20%는 대개 모델 성능이 아니라 접근 권한, 책임, 형식에서 나옵니다.
아래 다섯 가지가 작은 팀이 계속 쥐고 있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 데이터 접근: 지역 병원의 예약 시스템, 조달 공고 사이트, 고객사 사내 ERP처럼 범용 커넥터가 닿지 않는 곳
- 형식과 규정: 국내 세무·노무 서식, 업계 제출 양식, 계약서 표기 규칙처럼 틀리면 반려되는 디테일
- 책임의 소재: 틀렸을 때 누가 확인하고 누가 책임지는지. 승인 단계, 감사 로그, 검수 기준
- 마지막 처리: 문서를 만들고 끝이 아니라 제출·발송·등록까지 이어지는 구간
- 관계: 업종 용어로 대화하고 도입 3주 차에 전화를 받아 주는 사람
예를 들어 세무 기장 사무소를 돕는 도구를 만든다고 해 봅시다.
영수증에서 항목을 뽑아 요약하는 일은 이미 범용 모델이 잘합니다.
하지만 제출 형식에 맞춰 계정과목을 매핑하고, 담당자가 확인할 항목만 빨간색으로 띄우고, 마감일 사흘 전에 누락 건을 알려 주는 흐름은 그 업종에서 일해 본 팀만 설계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해지하지 않는 이유도 대개 이 부분입니다.
다음 2주 동안 뭘 하면 될까?
정면으로 경쟁하지 말고 그 위에 '얹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게 안전합니다.
우리 기능을 범용과 고유로 갈라, 범용은 과감히 대형 도구에 맡기고 고유 영역에 인력과 마케팅을 몰아주세요.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합니다.
- 기능 목록을 적고 '오늘 ChatGPT나 Gemini에 시켜도 80%는 나오는가'를 O/X로 표시합니다.
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 O가 붙은 기능은 자체 개발을 멈추고 API·연동으로 대체합니다.
- X가 붙은 기능 세 개를 골라 실제 고객 사례 20건으로 평가셋을 만듭니다.
한 번 만들어 두면 모델이 바뀔 때마다 재사용됩니다. - 가격표를 토큰 사용량이 아니라 '처리 건수'나 '줄어든 작업 시간' 기준으로 다시 씁니다.
- 영업 자료 첫 문장을 바꿉니다.
'AI로 문서를 만들어 드립니다'가 아니라 '○○업 제출 서류를 규정대로 채우고 검수까지 해 드립니다'로요. - 고객에게 먼저 말을 겁니다.
우리 업종용 대형 제품이 발표된 날 아무 말이 없으면, 고객은 우리가 곧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업종 전용 AI의 등장이 작은 팀에게 나쁜 소식만은 아닙니다.
남이 범용 층을 깔아 줄수록 우리는 그 위에 현장 지식만 올리면 되고, 예전 같으면 팀 하나가 붙어야 했던 기능을 며칠 만에 붙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전환은 '남들도 다 하는 기능'을 손에서 놓아야 시작됩니다.
이번 주에 놓을 기능 하나를 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